“돕는 자를 돕는다!" 이랜드재단, '더 유스'와 협력해 은둔형 외톨이 지원
[연중 기획] 이랜드재단·이랜드복지재단과 함께하는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 발굴·지원 프로젝트②'더 유스' 김재열 대표, 고립·은둔 당사자 관리하며 회복 도와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취약계층이 존재한다. 취약계층 문제에 관심을 갖고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선진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취약계층 지원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위기가정, 가정밖청소년, 자립준비청년 등 일명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이에 민간 차원의 노력이 중요하다. 이랜드재단·이랜드복지재단은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 발굴과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이랜드재단·이랜드복지재단의 연중 기획 칼럼을 통해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의 실태와 문제점,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 발굴과 지원을 위한 민간과 공공의 역할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작은 상가 건물 3층에 자리한 비영리 민간단체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 – 더 유스’ 사무실. 이곳은 세상과의 단절을 택한 채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용기를 내 찾는 아지트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더 유스를 이끄는 김재열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단체를 설립하고 위기 청소년을 돕기 시작했다. 현재는 고립·은둔 청소년과 청년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독교 청소년 선교단체에서 일했던 김 대표는 이 시대의 가장 소외되고 취약한 계층을 찾다 은둔형 외톨이를 만나게 됐다고 고백한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특징은 ‘신청주의’예요. 신청해야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죠. 그런데 밖으로 나오지 않고 누군가 떠먹여 줘야 겨우 움직이는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상 복지 혜택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거예요.”
▲더 유스 김재열 대표[사진=이랜드재단] 은둔형 외톨이 문제 심화···“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김 대표는 고립·은둔 청년들이나 그 가족들의 요청을 받고, 그들이 사회로 나오도록 설득하고 이끄는 일을 한다. 그가 은둔형 외톨이를 위해 하는 일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정서적 지지 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전화 통화를 하거나 문밖에 서서 대화를 나눈다. 절대 강제로 문을 열지 않고, 상담소나 병원에 가자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 걸어 잠근 마음의 빗장을 풀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어느 정도 마음의 문을 열었음에도 도저히 김 대표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청년에겐 ‘발가락만이라도 보여달라’ 요청해서 문밖으로 나온 발가락을 쳐다보며 대화한 적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김 대표에 대한 신뢰감이 쌓이고 잠겨 있던 문이 열리면, 또래 멘토들을 매칭시켜 친구가 되게 하고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와 어울릴 수 있도록 이끈다. 그 이후 자립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게 확인되면, 각자에게 필요한 교육과 상담, 취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단계가 진행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개인에 따른 차이도 커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이 과정을 고집하는 이유는 다른 방법들로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은둔형 외톨이를 대할 때 흔하게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아빠의 마음’, ‘엄마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접근하는 거예요. 대부분 가정에서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접근해서 훈계를 하면,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만 남길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상담과 교육, 치료가 필요하지만, 그것부터 얘기하면 은둔형 외톨이는 도망가 버리거든요. 먼저는 은둔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우선인 거죠. 그래서 정서적인 친밀감을 금방 형성하고, 자기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그게 불합리한 잔소리나 감정적인 폭력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는 또래 친구들과 만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재열 대표가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또래 멘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랜드재단] 이랜드재단-더유스, 은둔형 외톨이 회복 위해 협력 이랜드재단은 더 유스와의 공동 프로젝트 운영을 통해 김 대표가 관리하는 고립·은둔 당사자들이 정서적으로 회복하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 대표가 전화와 만남을 통해 관리하는 은둔형 외톨이들은 총 45명 정도. 자립에 성공해 관리 대상에서 벗어난 이들도 있고, 새롭게 관리 대상으로 들어오는 이들도 있어 인원수가 비슷한 규모로 유지된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SNS 단체채팅방에는 10대 청소년부터 30대 후반 청년까지 20~25명 정도의 은둔형 외톨이들이 들어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 유스는 이랜드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들이 언제든 찾아와 편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이자 아지트 개념으로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고 있고, 일반적인 학교에 다니기 어려워하는 은둔 청소년들을 위해 대안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두 기관의 협력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되며, 기분 좋은 변화들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다. 하루는 김 대표가 워터파크에 가자고 했더니, 김 대표를 따르는 몇몇 은둔 청년들이 용기를 내 따라나섰다.
그중 평소 고도비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자기 몸을 부끄러워하며 밖에 나가지 않던 청년이 수건으로 몸을 가린 채 샤워실에 들어갔는데, 누구도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것을 보곤 깜짝 놀랐다는 고백을 해왔다. 자신의 몸을 비난하고 수군거릴 세상이 두려워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청년이 그게 모두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속적인 정서적 교류를 바탕으로 그동안 갇혀 있던 세계를 벗어나게 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은둔형 외톨이의 회복을 위한 개인 만남과 단체 활동 모습[사진=이랜드재단]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인식 개선과 맞춤형 정책 필요” 김 대표는 흔히 은둔형 외톨이들의 경우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의지가 아예 없을 거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은둔형 외톨이들 역시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지만, 대부분 자포자기 상태일 뿐이라는 것. 김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바꾸고, 그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개발할 것을 강조한다.
“은둔형 외톨이들을 아무 쓸모 없는 사람이나 사이코패스로 취급하는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는데, 그런 인식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고립·은둔에 빠지는 가장 큰 원인은 학교폭력이고, 가정이 안전지대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거든요. 그들이 외부적 요인들로 인해 갖게 된 무기력과 절망감을 회복시키면, 충분히 사회로 나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어요. 은둔형 외톨이에 특화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개발하고, 단기적 관점으로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김재열 대표, 부족한 운영비에 밤샘 아르바이트까지 병행 은둔형 외톨이들을 찾아다니는 김 대표의 일상은 너무나 바쁘게 흘러간다. 단체 운영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직원들의 월급부터 챙기다 보니,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른 일들을 추가로 하고 있다. 대학 강의와 교회 드럼 연주를 하는가 하면, 중고등학교 기숙사 사감으로 들어가 밤새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음 아픈 일도 많이 겪었다. 벌이가 없어 드럼 연주와 대리운전만으로 생활하던 어느 날 아내가 다리를 긁고 있기에 보니 발가락이 보라색이었다. 한겨울에 난방비를 아끼겠다고 난방을 켜지 않아 동상에 걸린 것이었다. 하루는 어머니를 모시고 근교에 나가 튀김값을 계산하려고 보니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다. 당시 통장 잔고를 확인하니 0원이었다. 어머니 앞에서 튀김값을 계산하지 못해 부끄러웠던 그 순간을 김 대표는 잊을 수 없다. 그 이후, 일주일을 꽉 채워 일하며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이랜드, 쉼 없이 달려온 김재열 대표에게 가족여행 지원 재정적인 부담과 바쁜 일정 등으로 인해 가족들과 제대로 된 휴가조차 떠나본 적이 없다는 김 대표를 위해 이랜드가 나섰다. 김 대표에게 전북 남원에 자리한 켄싱턴리조트에서 2박 3일간 묵을 수 있는 숙박권과 아침·저녁 식사 비용, 교통비 등을 지원한 것이다.
▲김재열 대표 가족여행 사진[사진=이랜드재단] 김 대표의 딸은 경증 뇌성마비를 앓고 있어 근육이 굳지 않도록 매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고, 선택적 함구증도 가지고 있어 정서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매일 딸을 병원에 데려가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김 대표의 아내는 오랜만에 누리는 휴식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이번 가족여행을 아내가 참 좋아했어요. 수변공원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딸도 가기 전부터 얼마나 좋아했는지 평소에 선생님에게 말 한마디 안 하던 애가 만나는 사람마다 ‘남원으로 여행 간다’고 자랑을 했다는 거예요. 여행 가서도 아이들이 너무 신나 하면서 음악분수 앞에서 춤을 추는데, 그 모습에 저까지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오랜만에 가족들과 쉼을 누리면서 앞으로의 사역을 이어갈 힘을 얻고 왔습니다. 그동안 제가 해 왔던 일들에 대해 인정받는 느낌을 받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랜드재단은 ‘돕는 자를 돕는다’는 방향성을 바탕으로 이랜드파크 켄싱턴호텔&리조트와 연계해 김 대표와 같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숨은 공로자들에게 숙식권과 교통비 등을 제공하는 가족여행 지원 사업 ‘히어로 리프레쉬’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사회 공익을 위해 헌신하느라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이들과 그들을 지지해 준 가족들이 온전한 쉼을 누리며 회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어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 우리 사회가 보다 더 나은 사회, 따뜻한 사회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숨은 공로자를 추천해 주십시오.
히어로 리프레쉬 공식 이메일 HERO_REFRESH@eland.co.kr ------------------------------------------------------------------------------------------------------------------- 출처 : 한국NGO신문 기사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