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복지재단 | 가정폭력 이겨내고 교사 꿈꾸던 여대생…아이들 웃음소리에 공황 발작이 찾아왔다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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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이겨내고 교사 꿈꾸던 여대생…아이들 웃음소리에 공황 발작이 찾아왔다 / 조선일보 24.11.23
“왜 나 같은 사람을 이유 없이 도와주는 걸까?” 병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선희(가명‧20)는 끝없이 같은 질문을 되뇌었다. 광대뼈가 함몰되고 쇄골이 부러진 상태로 누워있는 그의 머릿속은 온통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선희는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7살까지 일본에서 살았다. 학교에 다니려고 어머니와 둘만 한국으로 오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졌다. 견딜 수 없는 언어폭력과 신체적 학대는 결국 선희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넣었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선희는 마지막 용기를 내어 신고를 했고, 집을 떠나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게 됐다. 그곳에서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선희는 유아교육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과거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면 갑자기 숨이 막히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공황장애 증세가 나타났다. 어쩔 수 없이 휴학하고 힘들어하던 선희는 쉼터의 후원으로 진행된 스키캠프에 가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또 다른 사고가 벌어졌다. 광대뼈 함몰과 쇄골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선희는 당시의 기억조차 없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이었다고 했다. 의식을 되찾은 후 마주한 현실은 더욱 막막했다. 자립준비청년인 선희에게 치료비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었다. 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된 상황이었지만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주민등록상으로는 선희가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쉼터 선생님들이 여러 지원 기관을 알아봤지만, 병원비를 지원받으려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시라도 빠른 수술이 필요했던 선희는 ‘SOS 위고’를 통해 144만원의 긴급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선희는 얼굴에 흉터 없이 광대뼈 함몰을 복원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4개월간의 회복 기간은 선희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왜 나를 도와주는 걸까,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선희는 일상으로 돌아와 아르바이트하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공황장애로 인해 유아교육 대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그에게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유년 시절 일본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언어 실력을 활용해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는 여행가이드나 통역사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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