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재단 | “종교모임 때문에 잠도 안 재워” 한겨울, 맨발로 가출한 소녀 | 2025-0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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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모임 때문에 잠도 안 재워” 한겨울, 맨발로 가출한 소녀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힘겹게 생활한 한승연(20�가명)양이 원하던 대학에 합격한 후 어머니 납골당을 찾았다. /이랜드재단 가정의 울타리를 뛰쳐나온 청소년들의 속사정을 알고 보면 부모에게 반항하기 위해 나온 이들은 드물다고 한다. 부모의 학대를 피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오는 이들이 더 많다. 특히 유일한 보호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한부모 가정의 청소년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연(가명‧20)양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한양이 의지해야 할 유일한 어른이었던 아버지는 오히려 그에게 상처가 됐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22년 한양의 일상은 점점 무너져갔다. 특정 종교에 심취하게 된 아버지는 학업보다 종교 활동 참여를 강요했다. 학교 생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한양은 지각을 자주했고, 결석하는 날도 있었다. 그는 “주말에는 종교 모임에 가야 했고, 평일 저녁에도 예배에 참석해야 했다”며 “거부하면 공부할 시간도, 잠잘 시간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한양은 “처음에는 설득하고 타이르는 정도였는데, 아버지는 점점 강압적으로 변했다”며 “학교 대신 종교 모임에 나가라고 강요하고, 종교 서적을 읽고 외우지 않으면 공부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제가 거부할 때마다 아버지의 분노는 커져갔다”고 했다. 결국 한겨울, 고등학생 소녀는 영하의 날씨에 맨발로 집을 떠나야 했다. 한양은 “그날은 특히 추웠다”며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던진 성경책이 제 얼굴을 스쳤다”고 회상했다. 한양은 양말도 신지 못한 채 그대로 집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슬프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이제 공부라도 마음껏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양은 전했다. 다행히 한양은 지역 교회가 운영하는 기숙사를 피난처로 삼을 수 있었다. 교회 관계자는 한양을 처음 봤을 때를 떠올리며 “안전한 보금자리와 심리적 안정이 가장 시급해보였다”고 했다. 안정된 환경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은 한양은 놀라운 학업 의지를 보였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동안 교내 상위 5등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한양은 “감사하게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고 자신감을 얻었다”며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은 “자습실에서 늘 마지막까지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양을 기억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한양 앞에는 또 다른 현실의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교육비는 물론, 제때 치료받지 못해 만성화된 피부병 치료비까지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목을 잡았다. 대학 진학의 꿈이 다시 한번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이때 교회를 통해 한양의 사연을 전해들은 이랜드재단이 ‘돕돕 프로젝트’로 희망을 선사했다. 재단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맞춤형 지원을 결정했다. 대학 입시 학원비와 교재비를 포함한 교육비 200만원, 기숙사비와 생활비를 위한 생계비 100만원, 피부 질환 치료를 위한 의료비 60만원 등 총 360만원의 통합 지원이 이뤄졌다. 한양은 의료비 지원으로 건강을 되찾았고, 교육비와 생계비 지원으로 아르바이트 대신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 한양은 본인이 1순위로 가고 싶어하던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합격 소식을 들은 날, 한양은 어머니가 계신 납골당으로 달려갔다. 대학에 합격하면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알리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현재 한양은 대학 입학 전 아르바이트 하며 착실히 돈을 저축하고 있다. 그는 “제가 받은 도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다”며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싶다”고 했다. 이랜드 재단의 ‘돕돕 프로젝트’는 ‘돕는 자를 돕는다’는 철학으로 운영되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특히 한양처럼 복합적 위기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을 위해 멘토링을 통한 가치관 확립, 자립의지 강화, 상담, 교육, 의료, 주거 등 통합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작년에는 전국 350여 명의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발걸음을 내디뎠다. 재단은 올해에는 지원 인원과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모든 청소년은 꿈꿀 권리가 있다”며 “한양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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